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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타임 : 돈> 영화감독의 TV에 대한 착각 혹은 무시(지)

연구소장장장 2011. 6. 29. 02:14

연출 : 김현석
형식 : Fake Documentary
방영 : 2011. 6. 9
연구소공식별점 : ★
시청률(점유율) : 7.4% (14%)

1. MBC 보도제작국의 기획력은 나름 히스토리가 있고, 꽤 강한 제작 base 사고를 하고 있음을 충분히 인지한다. <2580>의 선전, 주말 뉴스전쟁에서 최일구의 선빵등이 예다.

2. 이번 다큐시리즈도 그런 맥락이고, 꽤 주효한 시도이다. 특히 제작력의 파괴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자출신 데스크가 유명 영화감독들을 섭외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본 연구소는 이런 지상파 인하우스의 영화감독에 대한 인정이 언젠간 올 줄 예상했고, 환영한다.

3. 김현석은 본 연구소가 굉장히 좋아하는 원 오브 더 감독이다. <시라노연애조작단>보다 <스카우트>를 더 높게 친다. 그런 김현석의 필모그래피에 <타임 : 돈>이 올랐다는 것은 본 연구소가 보기엔 굉장한 마이너스다.

4. 김현석은 페이크다큐멘터리라는 단어의 정의definition자체를 잘 모르거나, 페이크다큐멘터리를 그냥 무슨 마케팅 용어정도로 알고 접근했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국내 다큐멘터리의 제작방식을 무슨 고등학교 방송반처럼 흉내냈다.

5. 김현석의 딜레마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옥상에서 돈 뿌리는 씬은 너무 허접하게 촬영되었다. 그는 그 씬으로 40여분동안 전력으로 달려가는데, 전력으로 달려가서 보는 장면치고 너무 허접한 그림 연출이었다. 형식적으로 그 씬 자체가 허접한데, 내용적으로 그 씬은 뭐랄까... 무슨 어려운 말로 포장해주고 싶은데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그 씬은 무의미했다. 그 씬이 무의미했기 때문에, 이 다큐는 무의미했고, MBC가 그에게 준 연출료도 무의미하다.

6. 그러니까 여의도 증권가 옥상에서 돈 뿌리는 행위는 재기발랄한 퍼포먼스 아티스트가 할 일이다. 그런 아티스트를 주구장창 기다리다가 혹은 미묘하게 꼬셔서 러프하게 담는 것이 본 다큐가 위치했어야 할 가장 적절한 지점이다. 본 다큐멘터리에 어떤 (좋은) 의미를 부여하려하거나, 어떤 (좋은) 해석을 하려하는 모든 시도도 다 무의미하다.

7. 그냥 김현석은 여의도 증권가 옥상에서 돈 뿌리는 장면이 먼저 떠올랐고, 이를 위해 길고 무의미한 서사를 40분가량 만들었고, 예전에 돈을 뿌려본 사람을 실제 만났다는 이유 하나로 페이크다큐멘터리라고 본인의 작품을 명명했다. 이건 유망한 영화감독의 TV다큐멘터리에 대한 착각, 혹은 모독, 혹은 무시였다.

8. 딱 하나의 좋은 점. 그건 TV다큐멘터리에서 어깨의 힘을 빼는 김현석의 자유로움이었다.
 "주인공이 슬퍼보였다. 그래서 슬로우를 걸어드렸다"는 나래이션. 김현석이 영화감독이기에 가능한 영민한 대본이다. MBC도 자유로워진다. 연출자가 영화감독이니까. 시청자도 자유로워진다. 연출자가 영화감독이니까.

9. 본 다큐멘터리가 김현석이 좋은 영화찍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빈다. 
여전히 본 연구소는 그의 영화를 기대한다.

10. 확실히 TV는 영화보다 열등한 매체이다.
      그 훌륭한 영화감독이 이렇게 허접한 TV다큐를 만들다니<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