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비평국2011. 7. 23. 01:59

연출 : 신수원
방영 : 2011. 7. 21 (목) 밤 11:05 ~ 12:15
연구소공식별점 : ★★☆
시청률(점유율) : 1.9% (4%)

1. 당 연구소가 특정방송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나, 분명 MBC의 <타임>시리즈는 제작진 자의(프로젝트의 기획)든, 타의(시청률이나 아웃풋)든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많다. 그들은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극단적인 아웃풋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이 현재 다큐를 고민하고 있거나, 다큐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리트머스 종이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 우선 이 작품은 앞서 연구용역으로 내놓은 MBC스페셜<노처녀가>와 여러 모로 비교가 된다. 비슷한 바운더리에 있는 소재인데, 왜 이런 극단적인 결과가 나왔을까? 당 연구소는 이를 영화감독의 순진함에서 이유를 찾는다.

3. 본 작품은 1시간 짜리 작품이지만,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다. <노처녀가> 역시 3명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신수원 감독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세번째 에피소드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그게 본인의 개인적인 고민이라고 나래이션 상에서도 있었던 것 같지만, 사실 세번째 에피소드는  설명적이고, 강요하는데 뻔한 얘기였고 그래서 가장 재미없었다. 차라리 첫번째 에피소드의 여성 드러머, 두번째 에피소드의 가정주부가 훨씬 몰입감이 있었음에도 지나치게 드라이하게 기술되었다. 시청률을 쫓는 집단인 방송제작자였다면 이 두가지 에피소드의 분량을 1.5배정도는 늘렸을테고, 실제 있었을 법한 감질맛나는 싱크들을 살렸을터.

3.1. 두번째 에피소드의 마지막 씬은 그래서 아쉽다. 춤을 추는 딸을 찍는 엄마의 다가서는 발걸음은 굉장히 아름다운 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툭 끊겨버렸다.

4. 허나 이 연출자는 (방금 홈페이지에서 본 약력상으로) 엘리트시고, 뒤늦게 영화를 만드시면서 '여성이 영화를 한다는 것'에 대한 감상을 좀 더 가치있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다큐가 지향하는 지점과 가장 부합하는 것은 두번째 사례, 즉 자연스럽게 다큐제작에 손을 대보는 진행형인 주부이지, 치열한 고난이었던 여성영화史는 아닌 것이다.

5. 자꾸 논평이 빙빙 도는데, 심플하게 정리하자면, 이 다큐는 정확히 말해, <뭔가 지리한 일상을 탈출하고자하는>,<영화업계 종사자 혹은 영화제작을 꿈꾸는>, <여성>을 위한 작품이다. 즉, 본인을 위한 작품이다. 그러나 TV가, 불특정다수에게, 브로드하게 캐스트하는, TV가 그런 좁은 타겟팅을 하는 건 일종의 (극단적으로 말해)방종이다. 충성도 높은 MBC의, 프라임타임대를, 그렇게 좁디 좁은 사람에게 좁혀서 써버린다는 것은 말이다.

6. 시청하는 내내 굉장히 흐뭇하게 봤음에도 불구하고 1.6%라는 사상 초유의 숫자 때문인지 분에 넘치는 분석을 늘어 놓았지만, 실제로 박남옥, 홍은원 감독 부분에서는 1.09%까지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당 연구소는 영화가 TV에 걸릴 때 처절하게 외면당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목도하게 되었다. 

7. 당 작품에 대한 평가는 뒤로하고 그녀의 인생은 전폭적으로 배울만하고,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레인보우>를 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가치에 경도되어 재미없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은 허세일 뿐이다. 오히려 두번째 에피소드에 나온 가정주부의 두번째 작품이 <레인보우>보다 기대된다. 그 가정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둘째 딸의 리액션씬은 근래에 본 다큐멘터리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아름다운 씬이었다. <왜 엄마는 언니만 찍는데?>부분은 크핫! 최고!

8. 김현석 감독처럼 신수원 감독을 기대하고 싶지는 않다. 그녀의 인생관을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봤다고 한들 그녀를 응원할 수는 있으되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얼핏얼핏 나온 <레인보우>의 장면 장면들은 너무도 딱딱했고, 약간 교조적일 것 같았으며, 다시 말해 -프로필을 보는 순간 느껴버린 건데- 먹물스러웠다. 데뷔작에 자신의 인생을 건, 자신의 인생을 묘사한다는 건, 그래서 가장 편하고 절박한 선택이지만, 위험한 선택이다.
 
9. 그녀의 인생을 응원하면서, 순전히 ★하나를, 거기에 얹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충분히 차별받고 지나치게 힘들다. 여성이 영화를 만들땐 조금 더 그랬을 것이다. 연구소 공식별점에 인정따윈 없는데 이 경우 특별히 ★하나를 거기에 얹었다. <끝>
Posted by 연구소장장장